사람이 가끔 이유 없이 허기질 때가 있다. 배가 고픈 건 아닌데 뭔가 먹고 싶고,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고,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눈물이 날 것 같고. 그럴 때 보면 참 좋은 영화가 있다. 바로 ‘리틀 포레스트’다. 이 영화는 그런 마음의 허기를 조용히, 천천히, 따뜻하게 채워준다. 마치 숲 속 조그만 오두막에 들어가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먹는 것처럼.
"잠시 쉬어가도 괜찮아."
영화는 도시에서 지친 청춘 ‘혜원’(김태리 분)이 고향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. 그녀는 특별한 목적도, 계획도 없이 그냥 떠나온다.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. 사람들은 보통 ‘어디서 뭐 할 건데?’ 하고 묻지만, 이 영화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. 대신 조용히 말해준다. “괜찮아, 잠시 쉬어가도 돼.”
혜원이 돌아온 마을은 시골의 풍경 그 자체다. 논밭이 펼쳐져 있고,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,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의 색이 있다. 그리고 무엇보다 ‘요리’가 있다. 이 영화는 요리를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로 그리지 않는다. 요리는 혜원이 엄마와 나눈 추억이자,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고,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다리다.
먹는 장면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
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건, 음식에 대한 묘사가 참 섬세하다는 것이다. 오븐도, 미사여구도 없이 그저 있는 재료로 정성껏 만드는 밥상. 고구마를 찌고, 제철 나물을 무치고, 직접 키운 채소로 국을 끓인다. 맛있어 보인다기보다 ‘따뜻해 보인다’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.
음식이 단순히 요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. 함께 밥을 먹는 친구 재하(류준열 분)와 은숙(진기주 분)과의 관계도 음식과 함께 깊어진다. 혼자 밥을 먹는 외로움, 같이 밥을 먹는 따뜻함. 그런 차이를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.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 괜히 나도 무언가 만들어 먹고 싶어진다. 허전한 냉장고를 열고, 아무 재료나 꺼내 요리를 해보고 싶어지는 기분.
큰 사건은 없지만, 그래서 더 깊게 다가오는 영화
‘리틀 포레스트’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다. 누가 사고를 당하거나, 큰 반전이 있거나, 눈물 쏙 빼는 장면도 거의 없다. 그런데도 이상하게 집중이 된다. 그건 아마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‘삶의 속도’ 덕분일 것이다. 너무 빠르지도, 너무 느리지도 않은, 자연의 속도. 계절이 바뀌고, 씨를 뿌리고, 수확하고, 음식을 만들고,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잔잔하게 펼쳐진다.
그 속에서 혜원은 자신을 돌아본다. 왜 엄마는 떠났는지, 나는 왜 떠나왔는지,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. 그런 고민들이 요란한 말 없이도 천천히 흘러간다.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.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? 나도 좀 쉬어가도 괜찮을까?
"도망이 아니야. 잠시 쉬어가는 거야."
영화 속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대사 중 하나다. 도망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는 혜원에게 이 말은 큰 위로가 된다. 우리도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. 아무것도 하기 싫고, 그냥 멈추고 싶고, 그런 나 자신이 싫어서 자책하게 될 때.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해준다. 쉬는 것도 필요하고, 그래야 다시 걸을 수 있다고.
그리고 이 말은 단지 혜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. 이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.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, 그저 나무 아래에 앉아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. 그렇게 하루를 보내도 괜찮다고, 이 영화는 말해주는 듯하다.
마무리하며
‘리틀 포레스트’는 화려하지 않지만,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영화다. 일상 속에서 무뎌진 감정을 다시 깨워주고,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상기시켜준다. 자연, 음식, 관계, 그리고 나 자신.
가끔은 이런 영화 한 편이 필요하다. 마음이 허기질 때, 누군가의 조언보다, 멋진 풍경보다,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은 이야기. ‘리틀 포레스트’는 그런 영화다. 오늘 하루가 괜히 버거웠다면, 이 영화와 함께 조용한 숲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?
